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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수양버들처럼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얼굴에 핏기가 없는 사내가 병실 한쪽 구석의 침대에 하얀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입은 그냥 뻥 뚫린 구멍일 뿐 두꺼운 붕대로 가려져 있다.
 침대 옆에는 건어물처럼 비쩍 마른 사내가 서 있다. 그는 독수리처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환자의 혐오스러운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연두색 전등갓에서 스며 나온 불빛이 젤리처럼 꽉 막힌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을밤은 그렇게 고요히 깊어갔다.
 “후후”
 서 있던 사내가 토해내듯 웃었다.
 “안에서 잠갔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군. 자네는 매한테 잡힌 참새나 마찬가지 신세야. 자네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네. 내가 얼마나 이 기회를 기다려왔는지 자네는 아는가？ 복수란 모름지기 참을성이 부족한 인간한테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만큼 무거운 짐짝이지만 나는 독사처럼 이를 악물고 참아왔어. 그래서 마침내 지금과 같은 무한한 희열을 맛보게 되었지.”
 사내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악마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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