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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유랑가족
  • 저자공선옥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07-02-21
  • 등록일2012-02-08
보유 3,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세상 사람들 중에는 이웃 달동네가 개발되어 아파트들이 들어설 때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어디로 떠났는지 한 번쯤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궁금해 했던 그 사람들 중의 몇몇이 바로 이곳으로 흘러들었고, 이제 이곳에서도 그들은 떠나야 한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파하면서도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주는 진솔한 소설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공선옥의 신작 『유랑가족』이 실천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공선옥의 소설은 세상을 품는 어미의 손길로 우리네 고단한 삶을 어루만진다. 『유랑가족』 역시 밑바닥 인생들의 생명력을 작가 특유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유랑가족』의 ‘유랑’이 의미하는 바는, 이즈음 식자(識者)들의 세계를 풍미하는 국경과 시공으로부터의 지적(知的) 일탈과는 거리가 멀다. 이 소설에서 뜻하는 ‘유랑’이란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현실세계의 권력 궤도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온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자, 가난의 형상이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삶의 행태가 유랑일진데 그 뒤에 따라붙은 ‘가족’이란 또 어떤 의미인가. ‘가족’은 산업화의 제물로 집과 처자식을 빼앗기고 파편화된 한국 사회의 현재적 가족을 의미하기도 하고, 무한질주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이 파괴한 인간망의 정반대축에서 유랑민들이 새로이 구축하는 인간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유랑민들이 만들어낸 가족, 그리고 그 풍경

『유랑가족』은 계간 『실천문학』에 2002년 봄부터 2003년 봄까지 5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작품이며, 개고 기간에 2년여를 공들인 작품이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등 모두 다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유랑가족』에는 하나의 플롯이 없다. 각각 한 장의 사진처럼 하나의 풍경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 다섯 꼭지가 차례차례 모이면 한 컷의 사진 바깥에 숨어 있던 풍경이 새로이 드러나면서 또 다른 세계를 이룬다. 

이를 일컬어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발문」에서 『유랑가족』에서 가장 돋보이는 ‘모자이크식 구성’의 탁월한 ‘미적 성취’라 평했다. 따로 놓여 있을 때는 아무런 내적 관련성이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전체를 이룰 때는 서로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되어 긴밀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잡지사의 청탁으로 시골 풍경을 취재하러 간 사진작가 ‘한’의 눈에 신리 사람들의 풍경이 포착되며 「겨울의 정취」는 시작된다. 가난을 벗어나려고 서울로 간 서용화와 아내 서용화를 찾으러 서울로 간 김달곤과 그의 가족들이 「겨울의 정취」에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면, 「가리봉 연가」에서는 서용화를 꾀어내 서울로 온 조선족 명화와 김달곤을 따라서 아내 명화를 찾아 나선 기석을 중심으로 또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그들의 웃음소리」에는 연순, 천보, 윤미, 양구댁, 숙자, 명호, 명호 아버지 양대석, 인숙, ‘한’의 아내 영숙 등이 등장하고, 「남쪽 바다, 푸른 나라」에는 영주와 영주 고모네 식구들이, 「먼 바다」에는 수몰지구에 사는 영녀, 종만이, 덕필이, 필리핀 색시 반지, 반지 남편 칠환이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다시 시골에서 도시를 떠도는 유랑민들이다. 한 식구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삶의 근거지로부터 뿌리 뽑혀져 각지에 흩어져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소설 전체의 각 기관을 이루며, 『유랑가족』이라는 하나의 형상으로 숨 쉬고 있다.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이어 하나의 모자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접착제다. 소설 『유랑가족』에서 이 접착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진작가 ‘한’인데, 한의 눈을 통해 서울과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적인 관련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은 풍경처럼 존재하는 각각의 실체들에 말을 거는 관찰자이며, 폭력, 죽음과 이탈, 떠돌고 일그러지는 삶의 배경에 ‘우연’을 가장한 ‘가난’의 횡포가, 더 정확히 짚자면 ‘가난을 죄로 만드는 세상의 횡포’가 있음을 발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폭력으로 말하자면 도처에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 있는바, ‘한’이 이 풍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일련의 풍경들에 ‘인간의 눈’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란 존재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일반적으로 소설에는 소설 속 상황이 있고, 그 처지를 이겨내는 주인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랑가족』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럴 만한 지식이나 돈, 능력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다. 소설, 달리 말해 책, 더 넓게 말해 ‘지식’과 가장 동 떨어진 사람들이고, 곧 이 땅에 살고 있는 대개의 사람들이다. 『유랑가족』에는 작가가 만들어 장치할 수 있는 과장된 희망이 없고, 대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속일 힘이 없는 자들은 자들을 속임당하고, 마음이 선한 사람들은 세상의 질곡을 그대로 무늬처럼 삶에 새겨 불행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스스로 죽고 죽임당하고 세상을 유랑하는 동안, 세상 한구석에서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순의 아이를 버리지 못하고 거두는 인숙이나(「그들의 웃음소리」), 혈혈단신 고아가 된 영주를 거두는 영주 고모네 가족들(「남쪽 바다, 푸른 나라」)이 그들이다. 그렇게 이 소설은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선옥 소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핍진한 현실은 아프고도 슬프다. 이 슬픔이 잊고 싶고 묻어버리고 싶은 괴로움이 아니라 아픈 상처에서 돋아나는 새살처럼 환한 까닭은 무엇인가. 단 한 줄의 거창한 문장조차 보이지 않은 소설을 자꾸 곱씹으며, 한 번 더 세상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품어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땅의 유랑민들을 너무나 사랑한 작가 스스로 가난한 유랑작가의 길을 택해서인가.(「작가의 말」) 이는 하나의 관념덩어리처럼 되어버린 오늘의 소설들이 쉽게 내던져버린 현실의 조각들을 공선옥이 하나하나 주워 모은 까닭이 아닐까.

저자소개

대중적 평가보다는 문학적 평가가 더 높은 여성 작가. 

세련된 여자보다는 촌스런 여자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우리 곁에 살아남을 작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우리 시대 가난한 여성들의 굴절된 삶과 그 속에서 용솟음치는 생명력을 생동하는 문체로 묘파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시골의 폐교된 분교에서 산다. 교실 두 칸을 거실과 집필실로, 교무실을 부부와 딸들의 방으로 고치고, 마당에는 닭도 치고 채소밭도 일궈가며 산다. 어설픈 농구대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자그마한 운동장이 그의 집 뜰이다. 

방 한 구석에는 아직도 칠판이 남아 있어, 아이들의 글쓰기 연습장이 되고 있다. 화장실은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쓰던 곳을 그대로 쓰고 있다. 엉덩이 까고 주저앉으면 바로 곁에서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리는 그런 재래식 화장실이라고 한다. 

이 목가적 풍경 속으로 찾아 들어오기까지, 공선옥은 그가 쓴 소설의 주인공들만큼이나 팍팍한 삶을 살아 왔다. 

그 팍팍한 삶은 우리 현대사에 큰 상처자국으로 남아 있는 5·18과 깊은 연관이 있다. 

5·18 당시 공선옥은 전남대 구내에 있던 사대부고 1학년생이었다. 5·18의 생생한 현장을 목도한 그는 대학 진학 후 2년 만에 학교를 그만 두고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때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사업도 무너지면서 채권자들이 모든 것을 가져갔다. 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삶이 1년쯤 지속된 뒤, 전부터 그냥 알고 지내던 광주 시민군 출신의 한 `아저씨`와 덜컥 결혼해 버린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쉽게 한 결혼은 오래 가지 못했고, 둘째를 임신한 채3년 만에 이혼으로 끝났다. 

이혼 후, 생계에 대한 살인적 공포 속에 아이들을 광주시립임시아동보호소라는 곳에 맡기고, 자신은 고향 근처 태인사의 공양주로, 즉 절의 식모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두 아이의 목숨을 떠맡은 데서 해방되어 한시름 놓았으나, 허전함을 견딜 수 없어 3개월 만에 큰 딸을 데리고 상경했다. 

달동네를 전전하며 재봉일로 두 입에 풀칠을 하다가, 1년 만에 둘째를 데려왔다. 이 시절 그는 "내가 내 힘으로 아이들 먹여 살린다"는 기분 하나로 버텼다고 한다. 결핵에 걸려 몸무게가 38kg까지 축나기도 했다. 

2년 동안 서울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먹고 사느라 바빠 따로 글 쓸 시간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봉틀 위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재봉질 틈틈이 소설을 썼다. 그렇게 쓴 글이 「창작과비평」에 발표된 등단작 「씨앗불」이다. 

결혼도 다시 했다. 이번에도 남편은 광주 시민군 출신. 도청에서 끝까지 싸우다 살아남은 전력까지 똑같다. 차 한 대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길로 하루에 버스가 4번밖에 안 들어오는 가난한 산골에서 살지만, 공선옥은 이제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병도 나았고 생계의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 부잣집 아이도 가난한 집 아이도 똑 같이 흙발로 뛰어다니는 농촌 풍경만큼 공선옥의 마음가짐은 여유롭다.

목차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발문 - 방민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