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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광우도 : 실천문학시인선 23
좌광우도 : 실천문학시인선 23
  • 저자편집부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18-12-24
  • 등록일2020-01-21
보유 2,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출판사 서평 
여수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로도 다음으로 손죽도, 초도, 거문도가 나타난다. 뒤쪽 세 개 섬이 삼산면이다. 김진수 시인은 초도(草島) 대동리 출신이다. 섬은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약간의 산이다. 
그래서 김진수 시인에게서 늘 바다 냄새가 난다. 바닷바람도 어디 안 가고 매번 머리카락 근처에 머물러 있다. 초도의 거대한 바다, 수평선, 산봉우리, 풀, 꿩, 이런 것들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을까. 예리한 감수성을 가지고 났으니 시에 좋은 풍광을 담는 것만으로도 시인은 되었을 것이다. 동네 풍경을 심심한 수채화처럼 그려내는 이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를 진보, 진화된 시인으로 밀어붙인 강력한 원동력이 따로 있다. 어머니의 피. 그 붉은 피. 
어머니 피가 붉어 내 피도 붉다 
해마다 낫을 가는 어머니의 길을 따라 
뿌리 깊은 칡넝쿨 발목을 휘감는 
망금산 해거름 참억새 숲을 헤치면 
흐려진 비문 하나 납작한 봉분을 지키고 섰다 
반란이라고, 

발목 묶은 철사 줄에 돌멍까지 채워서 
여수바다 어디쯤에다 수장을 했다드라고, 
뜬소문만 수군수군 떠밀려 오드라고, 
동짓달 열하루 생월 생신날 
옥양목 두필에 쌀 한 동이 다 쓰고 
큰 동네 명두무당이 겨우 건져 올린 
부석처럼 떠다니던 육척장신 건장한 넋을 
당신 쓰던 밥그릇에 고봉으로 담아서 
가장골 옹사리밭에 고이 모셔 드렸다고, 
아비 잃고 덧씌워진 빨갱이 호적부엔 
억새꽃만 이듬이듬 피고 지드라고, 
연좌넝쿨 칭칭한 피울음 한마디 
“나서지 마라, 나서지 마라.” 
(…) 
―「헛 장」 부분 

나서지 말라고 어머니가 말렸다는 것은 아들이 이미 나섰다는 소리일 테다. 자신의 족보가, 근원이 피로 물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깊고 푸른 바다에서 출발하였지만 피 튀기는 근대에 발목 잡혔다는 것이다. 
그 피 속에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억압과 야만과 폭력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으며 시인의 촉 또한 고스란히 그곳으로 뻗어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이니까. 숨 쉬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단순히 인정물태와 언어의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것은 시인의 역할이 아니니까. 

뱃전을 뚫고 가는 총소리 한 방 한 방/수많은 가슴에서 솟구치는 선혈을 
여기 깊은 바다 속 빨갱이로 수장시켰다 물길의 행로를 이미 잘 알고 기획한 자들의 
무지막지한 흉계와 총칼 앞에서/힘없이 죽은 자는 죄인이 되고 
죽인 자는 어처구니없는 정의가 되었다/불가촉천민처럼 짓밟혔다고 운다 
―「애기섬 수장터」 중에서 

모든 과거사는 조상 탓으로 돌리며/틈틈이 잘라낸 꼬리 춤에 휘둘리는/우리는 아직도 백악기에 산다 
―「백악기에 산다」 중에서 

개개인의 아픔은 시대의 아픔과 획을 같이 한다. 김진수 시인의 아픔은 여순사건이라는 역사의 상흔과 연관 깊다. 그래서 그는 시를 쓴다. 아픔 때문에, 풀리지 않는 한(恨) 때문에 시를 쓴다. 
김진수 시인은 초도의 바다가 튀어내고 단련시켜 놓은 시인이다. 흔들리다 솟구치고 뒤엉켜 휘몰아치다 가라앉는 과정을 고스란히 겪은 이다. 실천문학시인선 023 ?좌광우도』는 이러한 여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의 삶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시집이다.(한창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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