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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그리고 열매 - 데라다 도라히코 수필 에세이
씨앗, 그리고 열매 - 데라다 도라히코 수필 에세이
  • 저자데라다 도라히코
  • 출판사IWELL
  • 출판일2018-01-19
  • 등록일2018-01-19
보유 2,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책 속으로』 대학 안에서 산책을 했다. 근데 갑자기 병원 쪽에서 아이를 업은 남자가 튀어나왔다. 옆을 지나치면서 보니, 피부병에 걸렸는지 포도 알만한 크기의 사마귀가 남자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하고 소름이 돋았다. 등에 업힌 아이는 서너 살이 될까 말까 한 앙증맞은 여자아이였는데, 햇살같이 환한 얼굴로 이 끔찍한 사내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연거푸 ‘아빠’라고 부르며 떠듬떠듬 무슨 소린지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다. 그리운 그 한 마디에 느닷없이 가슴 속 무언가가 와락 녹아내렸다. ---『1923년 3월 「떫은 감」』 낭떠러지 위, 참억새 사이로 졸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졸참나무에는 벌레가 잔뜩 꼬여 있다. 보라색 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나비가 대여섯 마리, 벌이 두 종류, 풍뎅이 같은 갑충류가 한 종류, 그밖에 큼지막한 불개미와 흰개미도 들러붙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줄기에는 새끼 손가락만 한 구멍이 나 있고 구멍 주변의 나무껍질이 들려올라가면서 부풀어 올라 마치 사람의 손이나 발에 생긴 부스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런 구멍 주위로 벌레들이 모여든 것이다. 사람의 눈에는 한낱 끔찍하고 징그러워 보이는, 나무줄기 생긴 뾰루지가 우리가 모르는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며 수많은 곤충들을 유혹했나 보다. 나는 벌레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바커스 [15] 의 향연을 지켜보면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섬뜩하고도 끔찍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1923년 9월 「떫은 감」』 “단테는 영원토록 대시인으로서 존경받을 것이다…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심술궂은 볼테르 [6] 가 말했다. 고흐와 고갱도 영원무궁토록 숭배를 받겠지… 아무도 그들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1921년 5월 「떫은 감」』 고양이 꼬랑지는 고양이의 기분에 따라 갖가지 위치형상운동을 보여준다. 자세히 관찰하고 있노라면 어떤 경우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를 절로 알게 된다. 하지만 꼬리가 없는 우리네 인간들이 고양이의 ‘꼬랑지 기분’을 상상하기란 수월치 않다. 혀로 핥거나 뒷다리로 긁거나 하는 기분이야 얼추 감이 온다 해도 꼬랑지를 흔들 때 어떤 기분인지 구부릴 때는 또 어떤지 상상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런고로 우리에겐 고양이의 꼬랑지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과학 연구를 직접 해본 적이 없는 이른바 ‘과학 이론가’들이 떠벌리는 과학 이론에는 왕왕 사람이 쓴 ‘고양이 꼬랑지론’ 같은 어쭙잖은 것이 수두룩한데, 이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칠엽수 열매’ 중에서』

저자소개

1878∼1935. 물리학자이자 문필가. 1878년 일본 고치 현에 연고를 둔 무사 집안의 장남으로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896년 구마모토 제5고등학교에 입학해 영어 교사였던 나쓰메 소세키를 만나 문학에 뜻을 두기 시작했다. 재학 시절 소세키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하이쿠 창작에 몰두했고, 1899년 도쿄제국대학 이과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소세키의 소개로 마사오카 시키와 교류하며 하이쿠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했다. 이후 1909년 베를린대학에서 지구물리학을 공부했으며, 1916년부터 도쿄제국대학 이과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2천 편이 넘는 연구 논문(『데라다 도라히코 전집-과학편』 전 6권, 이와나미쇼텐, 1985)을 남겼다. 동시에 요시무라 후유히코, 야부코지 등의 필명으로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하고 탐구해 기록한 주옥같은 수필들(『데라다 도라히코 전집-문학편』, 전 18권, 이와나미쇼텐, 1985∼1987)을 발표했다. 그중 「선향불꽃」, 「등나무 열매」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청소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목차

감 씨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