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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원도 횡성군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 서른 한 분이 평생 지켜 온 씨앗과 그 사연을 기록한 책이다. 보물 같은 씨앗과 함께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도 보고 들을 수 있다. 책에서는 물고구마, 월동추, 마늘, 대파, 쪽파, 돼지파, 달래, 갓끈동부, 쥐이빨옥수수, 찰옥수수, 땅콩, 대추, 들깨, 벙어리참깨, 돼지(자주)감자, 상추, 부추, 시금치, 노랑민들레, 우엉, 곰취, 떡취, 밑갓, 고야, 울타리콩, 검정팥, 왕가래팥, 녹두, 복분자, 쌀수수, 차조와 메조, 토종오이, 지레호박, 메밀, 횡성채포집 딸기 등 31가지 작물 농사와 채종법에 대해 보유자의 설명과 사진을 실었다. 

대학 졸업 뒤로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 귀촌해 20년 넘도록 횡성에서 살고 있는 두 저자는 지난 2012년부터 4년 동안 씨앗을 심을 때와 한창 작물이 자랄 때, 씨앗 받는 때에 맞춰 횡성군 내의 농가를 찾아다니며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어르신들로부터 농사법을 익혔다.

토종씨앗 보유자들은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기 삶을 살아온 육칠십대 이상인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이다. 어르신들은 정성스럽게 자기 삶을 가꾸듯, 적은 양이지만 다양한 씨앗을 소중히 여기며 농사를 지었다. 어쩌면 이분들이 우리 시대 전통 농업의 마지막 세대이자 지식보유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몰려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전 세계의 소농들은 지금도 GMO(유전자 조작) 종자 반대 운동과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씨앗으로 농사 짓는 소농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 반갑고도 다행스럽게도 토종 유전자원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 정부가 늘어나고 있다. 농민들과 함께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대로 씨앗을 지키는 담당자였던 여성 농민이 토종씨앗을 찾아 되살리는 일을 하면서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횡성의 할머니 같은 분들 덕분으로 가능하게 된 일이다. 횡성군도 지난 해에 유전자원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다. 

지은이들은 할머니들이 이 씨앗들을 지키며 살아온 삶을 알게 되어 씨앗을 거두고 다음 해에 다시 심어 또 거두는 젊은 농부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저자소개

저자 : 오숙민

제주에서 태어나 성장해서 14년간은 서울에서 살았다. 1999년 겨울, 강원도 횡성으로 귀촌해 2002년부터 10여 년 동안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일했다. 콩, 들깨, 옥수수, 호박, 오이 등 여러 먹을거리를 옛날처럼 키우며 순박하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은 강원도에서 살면서 토종씨앗을 알게 된 뒤로 농업과 농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2012년부터 4년 동안 토종씨앗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듣게 된 씨앗 이야기, 농사 이야기를 후대에 시급히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족한 솜씨나마 책을 엮게 되었다. 토종씨앗 농사가 이어지기를, 농민이 대접받기를,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시끌벅적해지길 바랄 뿐이다.



저자 : 한영미

1992년부터 강원도 횡성군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여성농민이다. 매년 봄이면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농사꾼이지만 갈무리는 여전히 서툴다. 그럼에도 토종씨앗으로 농사짓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전통 농사법을 익히고 씨앗을 얻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토종씨앗지킴이로 살고 있다.

할머니들이 간직한 씨앗이 품종은 같아도 그 생김새나 색깔이 조금씩 다 다른 것은 늘 신기하기만 하다. 수십 년 동안 토종씨앗을 지켜온 이유도 각양각색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젊은이들의 마음에 새겨지길 바라며 오늘도 토종씨앗을 찾고 지킨다.

목차

머리말 4

2017 횡성 토종 농사 달력 8

2012

경칩에 물고구마 싹을 준비합니다 _ 박부례 할머니의 물고구마 34

풀 키우지 말고 꽃을 키워 _ 김부옥 할머니의 월동추 37

할머니, 다음 장날에 또 봬요 _ 정애기 할머니의 산나물밭 40

화초로 키우기도 힘든 게 밀 농사 _ 이연수 할머니의 콩 43

장마 전에 풀 매기 _ 강종석 할머니의 검정옥수수 46

보석처럼 아름다운 굵직한 손 _ 오영자 언니의 오이 48

옥수수가 귀하던 시절 _ 배영희 언니의 돼지감자 52

장사보다 날품이 더 쉬웠지 _ 정양철 언니의 돼지파, 왕가래팥 56

왜 안 달리나 걱정할 즈음에야 _ 정창순 할머니의 울타리콩 59

2013

빚내 살아도 혹독한 겨울 견딜 만했지 _ 박은자 언니의 파 63

풋것을 따와 맷돌에다 사뭇 갈아서 _ 김성옥 할머니의 속노란검정콩, 흰찰옥수수 68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_ 이규분 할머니의 자두, 고야 71

답답하고 심심할 새 없어 _ 안옥순 할머니의 차조, 메조 73

‘때그랑’ 땅콩의 고소한 맛 _ 신상옥 할머니의 땅콩 76

추억을 복원하는 육종가 _ 최복례 언니의 노란 쥐이빨옥수수, 붉은 쥐이빨옥수수 79

2014

한평생 농사꾼으로 산다는 것 _ 김갑순 할머니의 꽈리 82

부자들만 먹던 민들레 초고추장 비빔밥 _ 손금녀 할머니의 노란민들레 85

자식 주려면 뭣이 힘들꼬 _ 김용배 할머니의 녹두, 복분자 88

송아지 한 마리 받았지 _ 이기분 할머니의 노랑오이, 지레호박 92

떡잎은 원래 안 먹어 _ 김영화 할머니의 우엉과 밑갓 95

대추나무가 벼락 맞는 이유 _ 양옥순 언니의 대추나무 98 수수밭엔 참새도 집을 짓지 _ 장한수？이경도 할아버지의 쌀수수 101

2015

뿌린 대로 거두는 게 농사요 인생이요 _ 정복련 언니의 시금치 104 강원도 하면 산나물 _ 김정희 할머니의 참취 108

마늘밭은 따로 있는 법 _ 박건남 할머니의 마늘 111

진주알처럼 고운 알뿌리 _ 한승기 할아버지의 달래 115

쌀값보다 비쌌던 봄딸기 _ 김동수 할아버지의 딸기 118

씨앗을 받는 마음 _ 김명환 언니의 구억배추, 게걸무 122

한 번 맛보고 평생 키우게 된 산나물 _ 원종근 선생의 둔내곰취 125

할머니는 도리깨질, 할아버지는 타작기 _ 신현자 할머니의 들깨 128 

음식 중의 음식, 메밀부침 _ 정옥현 할머니의 마늘과 메밀 131

맺음말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