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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 권정현 단편소설집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 권정현 단편소설집
  • 저자권정현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18-12-21
  • 등록일2019-07-18
보유 2,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1. 소설가 권정현의 두 번째 단편집 2009년 현대인의 신경증을 다룬 첫 번째 단편집 『굿바이 명왕성』을 통해 얼굴을 알린 권정현의 두 번째 단편집이 8년 만에 출간되었다. 첫 단편집에서 ‘진실과 거짓,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라는 명제 아래, 인간들이 자의적으로 그어 놓은 사회적 규범과 윤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던 성적 소수자, 신경증 환자 등 사회의 결핍된 존재들을 통해 경계와 실존의 허기를 짜깁어 놓은 작가는 이후의 작업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믿고 있는 삶의 기준이나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난 개인들이 무엇 때문에 결핍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천착하여, 그 허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왔다. 두 번째 단편집에서 작가가 특히 주목한 것은 소설의 원형, 혹은 서사의 질료를 이루는‘이야기’, 혹은 ‘이야기성’이다. 이야기는 청자, 혹은 독자를 전제로 한 서사담론인데, 그것이 문학 장르 속에서 어떻게 소재화되고, 또 어떤 미학적 특징을 만들어내며 특수한 목적에 의해 구술되거나 언술되고 기록되는지 작가는 여덟 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탐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이루는 언어와 문자들, 그것이 만들어내는 모방이나 재현의 과정, 문학언어(텍스트)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구조물로 자리 잡는 다양한 현장들이 이야기의 옷을 입고 드러내는데, 이 소설집은 그 속에 담긴 본질들이 어떻게 변질되고 어떻게 우리의 삶 속에서 작용하는지 의미화를 시도한다. 內 2. 환상 같은 현실-현실 같은 환상, 그리고 실종된 시간 첫 번째 작품집에 이어, 이번 작품집에서도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현실에 발을 얹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비현실적인 상황 속으로 빠져들어 현실보다 더 리얼한 현실을 인식한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게 아니라, 본디 경계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비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현실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정현의 소설에서는 서사적으로 특별히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속 시간은 현실에 기반 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한데 섞이고, 정지해놓은 시간 속에서 새로운 시간이 생성되었다가 소멸하기도 한다. 길[路]의 근원을 파헤쳐가는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는 수천 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서로 압착되어 우로보르스처럼 서로의 꼬리를 문 채 맞물린다. 모국을 떠나 어느 날 불현 듯 외국의 정체모를 공간으로 유배된 남자가 언어가 뒤섞인 모호한 세계 속에서 겪는 욕망을 그린 라빠빠에서 주인공이 낯선 전동차에 오르는 순간, 그때까지 작동했던 시간이 돌연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시간-사실은 흐르지 않는-이 가동된다. 신흥 종교의 탄생과 소멸을 다룬 옴 바라마타리에는 한 사이비 교주의 탄생과 죽음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추적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간들이 한 대필 작가의 손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풍자성을 지닌다. 3. 중첩된 공간-무한 속으로 펼쳐지는 공간, 아니 무한 권정현의 소설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간의 이질적인 펼침과 중첩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발을 딛고 있던 현실의 공간들 속으로 새로운 공간들이 펼쳐지거나 숨어든다. 그 개별적 장소들은 이 세상인 동시에 또한 다른 세상이다. 그의 소설 영토 속에서는 시간이 개별적으로 흐르기도 하고, 시간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공간 속에서 당연하다든 듯 하나의 삽화를 이룬다. 詩(시)를 소재로 한 거미의 집에서 작가는 시어의 공간화를 시도한다. 문장이 아니라 공간(건축물)이 된 시어들은,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그 문장들은 굴삭기 삽날 앞에서 너무도 쉽게 해체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본래 그 문장들은 최초의 발화와 함께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욕망을 키워온 것은 인간들의 욕망이었을 뿐이다. 작가는 욕망이 개입된 2차 언어, 즉 같은 텍스트이지만 더럽혀진 텍스트인 그것들은 소멸될 때 비로소 최소의 순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미술관 지하창고에 처박혀 평생 맹아로 살아가야 하는 미술품들을 통해 예술작품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존재와 이미지, 혹은 사랑에 관한에서, 공간은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그것은 분명히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 미술관 안에 존재하지만, 몇몇에 의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철저하게 비밀 속으로 함구된다. 그 속에서 예술 작품들은 생기를 잃고 시들어간다. 죽음을 통해 비밀의 방에 생기를 불어 넣은 마스크의 여인은 존재 하지 않는 공간 속에 존재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공룡 키우기’라는 엉뚱한 일에 매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르헨티노를 위하여에서 소설의 공간은 백악기와 현재, 영화의 프레임을 자유롭게 오가며 남자의 엉뚱한 집착을 자연스럽게 포착해 나간다. 어느 날 대형마트 속에 혼자 고립된 블랙컨슈머가 겪게 되는 위기의 상황을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을 통해 관찰해나가는 마트의 왕에서는 작동되던 시간이 돌연 정지하고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경험을 한다.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는 사이 독자는 스토리가 아니라, 문득 낯선 공간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동안 익숙하다고 여겨졌던 공간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거나 지나가 버린, 속은 시간 속에 정지해 있다는 혼동을 경험할 것이다.

저자소개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낫이 있는 풍경」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수繡」가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울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과 장편소설 『달팽이의 뿔』 등을 펴냈다.

목차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거미의 집 옴, 바라마타리아 존재와 이미지, 혹은 사랑에 관한 라빠빠 아르헨티노를 위하여 어둠은 어떻게 증식하는가? 마트의 왕 |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