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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장례식
우리들의 장례식
  • 저자박범신
  • 출판사eBook21.com
  • 출판일2006-02-22
  • 등록일2014-01-01
보유 5,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4, 누적예약 0

책소개

허무한 인생을 한잔의 막걸리로 달래는 봉추
 봉추는 막걸리를 사들고 집으로 힘겹고 걸어간다. 아내 고산댁은 그런 그를 거들어 보지도 않는다. 그가 혼자 막걸리를 들려고 할 적에 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 사내는 금방 돌아간 장모에 대한 잔설을 늘여놓는데…


화난 듯이 소리치고 봉추는 빈 잔에 남겨진 찌꺼기를 개천으로 뚫린 쪽문을 향해 왈칵 내던졌다. 한동안 침묵이 왔다. 어디선지 컹컹 개가 짖었다. 종점 쪽의 까마득한 소음에 섞여 개 짖는 소리는 차츰 날카로워져서 그들의 침묵을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장모님이 죽었지유!'
마침내 고개를 숙이며 봉추는 선언하듯 말했다.
'해수병으로 밤낮 콜록거리다 죽었는디 형씨가 콜록콜록 혀싸니까 저 병신, 져매(어매) 생각나서 저러는 거유……'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 빼꼼히 열려진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희끄무레하게 놓여진 홑이불의 일부가 보였다.
'우리 장모님 참 지독헌 여자였쥬!'
말씨는 또박또박 떨어져 분명했으나 그 속엔 처연한 가락이 담겨져 비장하게 들렸다.
'아까 즘심 때만 해도 돌아가실 건 생각지도 못혔유. 보리밥이지만 우리는 그나마 굶는 즘심인디 아 쌀밥에 괴기반찬 안혀준다고 길길이 뛰시는디…… 단칸방에 애새끼허고 입에 풀칠허기 바쁜디 노인네지만 너무헌다 싶습디다. 그려도 말 안혔유, 생각허면 불쌍허게 한시상 사셨응게……'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소설을 주로 발표, 문제 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미학적 감동을 전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고, 1996년 계간 「문학동네」에 중편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1981년 장편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신인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1년 김동리 문학상을, 2003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겨울강 하늬바람>, <불꽃놀이>, <우리들 뜨거운 노래>, <불의 나라>, <물의 나라>, <잠들면 타인>, <수요일은 모차르트를 듣는다>, <킬리만자로의 눈꽃> 등이,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덫> 등이, 연작소설 <흉>, <흰 소가 끄는 수레>, 산문집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숙에게 보내는 서른여섯 통의 편지>, <남자들, 쓸쓸하다>, 시집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등이 있다. 엮은 책으로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이 있다.